오랜만에 글을 작성한다. 얼마 전 최초로 사회라는 환경에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나의 기술적인 역량도 중요하겠지만 인간관계를 하는 방법에 대한 중요성도 마음속 한 켠에는 항상 생각하고 있었던 듯 하다. 그래서 인간관계를 하는 것에 있어서도 근간이 되는 기초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인간관계 관련 서적의 가장 명저라고도 불리우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중고서점에서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현재 책 내용의 절반 이상을 읽었지만 그 절반을 읽으면서도 느끼는 바가 매우 많았고 내가 그동안 해왔던 대인관계에 대한 회고와 성찰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 이 느낌을 글로 작성해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인생을 살면서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인간의 기초적인 생활을 충족시키기 위한 3대 요소가 의,식,주 라고 하지만 의,식,주 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많이 하는 것이 사람들 간의 대화, 소통일 것이다. 인간은 다른 인간들과 어우러져 살아야만 한다. 왜냐하면 태초에 인간이 그렇게 진화되어 왔기 때문이다. 구석기 시대부터 우리의 조상들은 무리를 지어 사냥을 하고 같은 집에서 거주하며 또 같은 사건으로 기쁨과 절망을 함께 나누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우리는 이러한 인간의 진화 본능을 함부로 무시할 수 없다. 부정할 수도, 바꾸려 할 수도 없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인 대화, 소통을 잘하기 위한 기초 방법론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겠다. 책은 챕터별로 '인간 관계의 3가지 기본원칙', '인간관계를 잘 맺는 6가지 방법', 등 여러가지 범주를 나누어서 그에 대한 유용한 팁들을 제공한다. 하지만 항목만 여러가지로 열거되어 있을 뿐 개인적으로 이 모든 항목들을 포괄적으로 아우르며 가장 본질적으로 주장하는 바는 한 가지인 것 같다. 바로 '상대방' 이다.
데일 카네기가 주장하는 인간관계를 잘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대화의 중심을 나 자신이 아닌 상대방 쪽으로 기울어야 하는 것이라고 전달하는 듯 하다. 세상의 모든 인간은 자신의 일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이 겪는 감정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는 본능에 충실한 것이며 절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볼 때,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내가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나의 편으로 만들고 싶다면 나 자신만큼은 자신을 조금 내려놓고 상대방에게 더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방금 말했던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로서 자기 자신만을 생각한다는 것을 언급했다. 이에 대한 연장선으로 인간의 가장 밑단에 있는 즉, 뿌리깊이 내려있는 욕구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중요한 사람이 되려는 욕망' 이다. 인간들은 자신들이 속해 있는 집단이나 환경 속에서 자신의 공로를 인정받고 자신이 어떤 대단한 업적을 남기고 높은 사회적 지위를 이루고 싶어한다. 이것이 바로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욕구이다. 데일 카네기는 이러한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를 활용해 상대방과의 원만한 대인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위의 2가지 욕구를 결합해 본다면 대인관계를 잘하기 위한 방법은 정말 간단명료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 바로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대화 주제의 중심이 상대방이 되어야 하며 그 대화 중심에 상대방이 있게 함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이 중요하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면 된다. 책에서는 이러한 방법을 활용한다면 상대방과 대화를 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음에도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역설적인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는 책 속에서 다수의 예시가 인용되어 있으므로 위 방법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생긴다면 꼭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제 데일 카네기가 책 속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인간관계 법칙들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래 열거되는 인간관계 팁들의 본질적인 내용은 방금 언급했던 상대방 중심이라는 것을 꼭 명심하자.
- 남을 비난하지 말자. 남을 비난하기 전에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들이 왜, 하필 그러한 행동을 취했을까라고 깊이 생각해보자.
- 상대방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자. 세상의 모든 인간은 자기가 원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자신이 아닌 상대방이 원하는 것에 같이 관심을 기울이자.
- 상대방에 순수한 관심으로 주의를 기울이자. 상대방의 개인적인 이야기들, 예를 들면, 상대방의 생일을 기억하고 챙겨준다거나 사소한 개인사를 묻고 나중에 만났을 때 기억을 해준다거나 이러한 소박한 챙김을 실천해보자.
- 상대방의 이름을 잘 기억해라.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해준다는 것은 곧 상대방에게 이름이 기억될 만큼 내게 중요한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인지시켜주기 때문이다.
- 상대방이 가장 흥미를 느끼는 일에 관해 이야기해라.
- 상대방을 솔직하고 진지하게 칭찬하라.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나보다 우수한 사람들이며 그 점에서 나는 누구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라. 그리고 당신이 건넨 칭찬 한 마디는 분명 상대방의 평생 시간 속에서 계속 상기될 것임을 기억해라.
- 첫인상을 좋게 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미소를 짓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열한 여러가지 방법을 읽고 알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경험 2가지가 생각이 났다. 나는 어떤 음식점을 간다거나 어떠한 공공장소를 방문했을 때 직원 분들께 질문이 있다거나 궁금한 점이 있을 때 항상 문두에 '죄송하지만'을 붙이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지인이 왜 자꾸 죄송하냐고 하냐며 너가 죄를 진 것도 아닌데 왜 자꾸 그런 습관이 있냐라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때 당시 나는 "아, 내가 쓸데없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일까? 뭔가 내가 숙이고 들어가는 것처럼 보여서 다른 사람들이 보았을 때 좋지 않아 보일까?"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후 앞으로 나는 이러한 습관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마음을 확고히 했다. 이렇게 내가 '죄송하지만' 또는 '감사합니다' 등과 같은 말들을 습관적으로 붙임으로 해서 이러한 말을 듣는 상대방은 자신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은 평소라면 제공하지 않을 호의를 일부러라도 더 호의를 베푼다는 것이다.
또 한 번은 이런 적이 있다. 대한민국 서울역에는 항상 사람이 붐빈다. 아마 서울역을 가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듯이 그런 서울역 안에 맥도날드 햄버거 음식점이 존재한다. 거기도 항상 사람이 많이 붐빈다. 요즘에는 그래도 키오스크 기계가 많이 들어와서 맥도날드 직원 분들이 고객들 주문을 직접적으로 응대하는 경우는 많이 적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사람이 직접 주문을 받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예전의 어느 날 나는 맥도날드를 방문해서 주문을 하는 데 주문을 받는 직원 분의 표정이 매우 안좋아 보였다. 미간은 찌푸러져 있었고 눈에서는 마치 레이저가 나오는 것 같았다. 고객인 내 입장에서도 그렇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 때 당시로 돌아간다면 직원 분이 나를 매우 매섭게 대해도 내가 먼저 미소를 지으려고 할 것이다. 나도 20대 초반에 여러가지 파트-타임 일을 해보면서 서비스 업종이라는 게 얼마나 감정이 소비되고 힘든 일이란 것을 알고 있다. 서비스 업종은 항상 고객들에게 미소를 머금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매뉴얼이자 철칙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미소의 양은 한정되어 있을 것이고 그 때 당시 나를 응대했을 때 아마 그 직원 분의 미소가 바닥이 났던 상태였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미소를 항상 주기만 하는 서비스 업종 직원 분들이야 말로 미소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는 어떤 곳을 가더라도 내가 먼저 미소를 지어보는 행동을 취하면 그들에게 고갈되었던 미소가 다시 채워지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계속 언급했지만 인간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기본적인 욕구가 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또 상대방이 아닌 자기 중심적으로 행동하고 대화할 수 있기 마련이다. 이를 의식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만이 대인관계를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데일 카네기도 이를 알고 이 책을 계속 곁에두고 몇 번씩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내용을 상기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여담이지만 책 속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신기하게도 이 세상에서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사업가들, 부자들의 대부분은 자신들이 성공을 이루어 내는 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인간관계 능력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인간관계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다시 한번 중요성이 부각되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 최근에는 '틀림' 보다는 '다름' 이라는 말을 매우 자주 사용하려고 한다. 무엇인가 '옳고 그름'을 절대적으로 판별하는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마다 믿는 진리들, 그것이 과학이 됐건, 종교가 됐건 어떤 진리를 믿느냐에 따라 판단하는 기준이 매우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개개인들이 믿는 진리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 진리들로 인해 판단하는 기준도 무엇이 옳고 그름이 아닌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부터 대부분의 관계가 원만해지기 시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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