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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서평] 폴리매스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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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에 지인과 함께 알라딘 중고 서점을 방문해서 책을 구입했다. 구입한 책 중 하나는 '폴리매스'라는 책이었다. 유독 이 책을 읽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이유를 생각해보았을 때, 아마 책 내용 중 수많은 인물들의 어려운 이름들이 자주 등장했기 때문인 것 같다.😟 어쨌거나 약 2~3주 기간에 걸쳐 폴리매스라는 책을 읽고 나만의 서평을 남겨보려 한다.

 

출처: Yes24


폴리매스란 무엇일까? 우선 폴리매스는 영어로 바꾸면 'Polymath'이며 'Poly'는 '셋 이상의 많은'을 의미하는 영어 접두사이다. 폴리매스는 다양한 분야에 재능과 전문성이 있는 박식가, 만능가, 또는 르네상스적 인간이라고도 한다. 즉, 간단히 말해서 다재다능한 사람을 의미한다. 이 책은 역사적 또는 현대의 폴리매스 유형의 사람들의 업적을 예시로 들면서 현대, 더 나아가 미래의 사회를 이끌어나가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은 폴리매스형 사람이 될 것이며 우리는 폴리매스형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폴리매스 VS 전문화

폴리매스와 (초)전문화는 상반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폴리매스는 다양한 분야에 재능이 많은 다재다능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전문화라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한 가지의 일 또는 분야만을 깊게, 그리고 평생동안 파고들어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왜 전문화 보다 폴리매스가 더 좋다는 걸까?

 

우선 폴리매스는 서로 연관이 없는 다양한 영역들에서 훌륭한 지능을 발휘한다. 다양한 영역에서 모두 특별한 성과가 있지 않아도 전문화 유형의 사람들 보다 남다른 방대하고 종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높은 지능과 특히 뛰어난 창의성이 발현된다. 반대로 전문화 유형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폴리매스들에 비해 창의성이 발휘될 가능성이 낮으며 통합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하나의 분야만 연구하고 공부했기 때문에 다른 분야와 연계를 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합적인 사고 능력은 현재 마주한 다차원적인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역사적으로 폴리매스 유형의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지만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르네상스 시대에 화가이자 조각가, 발명가, 건축가, 기술자, 해부학자, 식물학자, 도시 건설가, 천문학자, 지리학자, 음악가 였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이루어 낸 업적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의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외에 수많은 다른 폴리매스들이 존재하지만 여기에서는 모든 인물들에 대한 업적을 담을 수 없기에 이에 대해서는 책 속의 자세한 내용을 참고해보자.

 

대표적인 폴리매스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하지만 애석하게도 현대 사회는 폴리매스 유형의 사람들 보다 전문화 유형의 사람들을 만들기 위해 제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 주변의 사람들만 봐도 한 분야에 대해 대학교 4년을 넘어 석사 2년, 박사 5년 이상 등 약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하며 깊게 연구하고 있는 석,박사생들이 많이 존재한다. 특히, 예전과는 달리 박사 학위에 대한 진입장벽이 매우 높지는 않아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 박사 학위를 취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주로 하고 싶어하는) 원하는 대학교 교수직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필자가 하나의 분야에 깊게 연구하는 현역 석,박사 생들을 비난하려는 게 절대 아니다. 단지 석,박사생들과 같이 전문화 유형의 사람들만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 시스템을 지적하는 것이다.


현대의 전문화 시스템

그렇다면 역사적으로 언제부터 사회가 전문화 시스템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던 걸까? 바로 공장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산업혁명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계와 공장이 등장하면서 노동자들은 각자의 일만 하도록 하는 동시에 효율적인 생산성을 달성하기 위한 분업화가 시작되었다. 이 분업화는 결국 노동자들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만 전문성만 있으면 된다라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분업화는 현대 사회에서도 만연하게 적용되고 있다. 어떤 회사건 내부의 조직도를 보게 되면 업무 종류에 따라 부서가 나누어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결국 각 업무에 해당하는 전문성만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그리고 필자와 같은 밀레니얼 세대는 이러한 사회적인 구조에 맞추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설령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분야라도) 하나만을 깊게 파고들게 된다. 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회사에서 일을 해야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의 전문화만을 강요하는 사회적인 구조로 인해 또는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는 다양한 분야에 눈을 돌릴 여유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다.

 

분업화는 사회를 전문화 시스템으로 이끌게 되었다.

 

이러한 전문화 시스템으로 인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복잡하게 이루어진 세상을 범주화하려고 한다. 만물은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복잡계로 구성되어 있지만 현대의 우리는 이를 흑,백 논리처럼 간단하게 특정 범주로 나누려고 한다. 이는 결국 여러가지를 연결하고 통섭하는 종합적인 사고를 못하게 하며 따라서 창의성도 결여시킨다.


인공지능의 등장

최근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뜨거운 감자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 이후로 인공지능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일반인들에게 인공지능의 등장은 파격적이고 신선했다. 그 이후로 GPT-3라는 거대한 인공지능 모델이 등장해 실제로 코딩을 기계가 알아서 직접 작성하거나 간단한 텍스트 명령으로 원하는 형태의 PPT(Power Point) 슬라이드 디자인을 구현하는 등 매우 뛰어난 기계의 지능을 생생하게 체험하고 있다. 또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한 글로벌 기업들 뿐만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들도 이 인공지능의 성능을 보다 정확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관련 논문이 수백편, 수천편이 세계적으로 나오고 있고 기술의 변화는 매우 급격해 종사자들도 지속적인 공부를 하지 않으면 도태될 정도이다. 그런데 이런 인공지능의 등장과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점점 스며들어온다는 것은 무엇을 시사할까?

 

알파고(인공지능)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은 인공지능 유명세의 신호탄이었다.

 

인공지능은 보통 사람이 하고 있는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또 최근 컴퓨터 하드웨어 같은 기계의 가격은 옛날에 비해 매우 저렴해졌다. 이는 앞으로도 계속 저렴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고용주들은 단순 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을 채용하기 위해서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사람이 아닌 가격도 저렴하며 실수(mistake)도 사람보다는 덜 할 인공지능(기계)을 당연히 선택할 것이다. 이는 결국 인공지능이 하나의 분야만 전문적으로 파고들은 인력들을 언젠가 모두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물론 인간의 이성과 추론이 관여해야만 하는 학문에 대해서는 대체가 불가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어떤 학문이 대체가 가능하고 불가능한 것을 따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넘어가겠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더욱 더 고도화되고 발전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우리를 대체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바로 폴리매스형 사람이 되는 것이다. 


How to become Polymath?

그렇다. 폴리매스가 현대 또는 앞으로도 필요한 인재일 것이라는 것은 알았다. 그러면 폴리매스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까? 바로 자신이 몸 담고 있는 분야 외의 다른 분야들에 대한 끊임없는 학습과 열린 사고를 갖는 것이다. 즉, 여러 학문을 연계시키고 학문 간에 연결이 되는 맥락을 찾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래야 종합적인 사고가 가능하고 그 때 창의성이라는 것이 발휘된다. 

 

폴리매스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학습이 필요하다

 

잠깐 현대 사회의 교육 제도에 대해서 언급하려고 한다. 현재 대부분의 나라가 그러하겠지만 특히 대한민국은 필자가 고등학교를 다니는 시절만 해도 고등학교 2학년 부터 문과/이과를 구분해 학생들을 범주화시킨다. 이는 결국 각 과목을 파편적인 정보로서 주입시키고 학생들이 과목들 간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이과 학생들만 배우는 '물리'라는 과목과 문과 학생들만 배우는 '세계사'라는 과목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문과를 나오고 수학에 나름 흥미가 있었다고 했지만 '미적분'이라는 개념을 배우게 될 때 단순히 '미적분' 개념 자체를 파편적으로 보고 학습했으며 "미적분을 내가 앞으로 살면서 써먹을 일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항상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써먹을 수 있다. 실제로 수학 분야의 미적분이라는 개념은 건축 분야의 건축 설계사, 음악 예술 분야의 음향 기술자들이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기술은 날로 고도화 되고 복잡해져 종합적인 사고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 발생하는데 정작 교육 제도는 여전히 전문화 시스템을 양산하는 것에만 정체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이의 괴리가 발생하고 복잡한 원인에 의한 문제를 1차원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니 문제가 해결이 될 리가 있겠는가.

 

따라서 우리는 자신이 어떠한 분야에 몸을 담고 있다 한들 자신의 분야와 무관하며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학문 또는 일들을 자신의 취미로서라도 지속적인 학습을 해야 한다. 역사적인 폴리매스인들도 자신들이 메인으로 하는 업무 외에 지속적인 취미 활동을 수행했다는 점이 가장 큰 공통점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폴리매스 책을 읽고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고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첨가해보았다. 막상 책을 읽어보면 책 두께도 얇은 편이 아니고 어려운 단어들이 많다고 느껴져 책에 대한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데 가장 중요한 핵심은 종합적인 사고를 할 줄 알기 위해 다재다능한 폴리매스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책의 내용 대부분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폴리매스인들이 누구였고 어떤 업적을 이루었고 폴리매스인이 되어야 한다는 좋은 말씀들을 담고 있다. 

 

책을 읽고 난 후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다른 분야에도 전문성을 쌓기 위해 지금이라도 다른 학문들을 지금이라도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은 인생의 방향성을 정립했다. 우선 우리가 처한 사회적인 구조 시스템은 전문화 시스템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이 사회에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즉, 생존을 하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전문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분야를 하나 선택해 전문성을 일부 확보한 후 그 이후에는 다양한 경험과 다른 학문들을 학습함으로써 통합적인 사고를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가 한 말 중 인상적인 구절 중 하나를 인용하려 한다. 한 분야에 있어서 상위 1%의 전문가가 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여러 분야에 있어서 상위 10%, 20%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상대적으로 매우 쉬우며 오히려 이것이 인생을 더 성공적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저자는 책에서 모든 사람은 잠재적인 다재다능한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과 학습으로 모든 사람들은 다재다능한 폴리매스가 될 수 있다고도 말한다. 필자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잠재적인 폴리매스이다. 이제 자기가 몰두해왔던 학문과 분야에서 잠시 눈을 떼어 주변의 다른 것들을 한 번쯤 바라보고 관심을 기울여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작은 행동이 우리가 폴리매스가 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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